평론글

가장 한국적인 그림

화평도 2011. 4. 7. 03:40

한국인의 성정을 집약한 독특한 색채 구성

김만수의 작품세계  

- 신항섭 / 미술평론가

 

 

세상이 좁아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세계가지구촌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되는 시점이다. 그러기에 모든 분야에서 보편적인 가치 추구를 이상으로 여긴다. 누구나 공감할 있고 누구에게나 이로울 있는 가치를 구현하자는 것이다. 예술의 이상은 국가와 민족은 물론이요 사상과 이념을 초월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구현하는데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글로벌시대가 되면서 예술분야는 오히려 민족적인 색채를 강조하는 경향이다. 개별적인 조형세계를 지향하는 미술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어쩌면 고유의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관심의 영향인지 모른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시대에 대응할 있는 힘이란 전통문화에 있다는 자각에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김만수의 작업은 바로 이와 같은 현실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는 순간 높은 이상을 꿈꿨다. 누구와도 비교될 없는 창의적인 조형세계를 구현함으로써 세상을 낙원으로 꾸미겠다는 욕망을 가슴에 품었다. 이를 위해 그는 미적 감수성을 일깨움과 동시에 잠재적인 재능을 발휘할수 있는 조형어법을 강구하는데 고심했다. 그런 창작의 산고 끝에 한국인의 피와 의식 속을 관통하는 미적 감수성,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첩경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통미술을 돌아보게 되었고, 결과 민화와 조우하게 된다.

민화는 조선시대 이래 서민들의 삶의 공간을 장식한 생활화로서 자리해 왔다. 민화는 가정의 평화와 안녕, 복록, 무병장수, 벽사 등의 희망과 기원을 담고 있다. 감상용이기에 앞서 생활미술로서의 기능을 중시해온 민화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고유의 회화양식이다. 해학과 풍자 그리고 상징으로 가득한 민화의 표현방식 내용에는 현실적인 꿈과 이상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다채로운 소재는 물론이요, 강렬한 원색적인 이미지 전통적인 회화의 규범에서 벗어나는 자유로운 형식미야말로 민화만의 독자적인 표현영역이다.

그의 작업에서 강렬한 인상의 원색적인 작업 패턴은 다름 아닌 민화의 형식미에 기초한다. 가장 한국적인 회화로서의 평가받고 있는 민화의 분방한 조형적인 형식미는 현대미학과 상통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의 작업에서 확인할 있듯이 시간 공간을 초월하는 조형적인 특징은 오히려 현대인의 미적 감수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무엇보다도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있는 자유로운 형태미와 더불어 분방한 구성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그렇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소재는 해와 달을 비롯하여 구름, , 폭포, , , 나무, 봉황, , 나비, 강아지, , 과일, 도자기, , , 문자 전통적인 민화에서 흔히 있는 것들이다. 이들 소재가 이합집산하면서 풍성한 볼거리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들 소재를 조합하여 시공을 초월하는 독특한 조형공간을 창출해내는 것이다. 더구나 이들 소재는 비현실적인 공간에 자리한다. 서로 다른 크기, 그리고 연관성이 없는 소재들이 하나의 공간에 모여 조화를 이루는 특이한 구성이야말로 새로운 형식적인 제안이다.

그의 작업은 배경처리 방식에서 민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파란색이나 붉은색 단색으로 처리하는가 하면, 상하로 분할된 면에 보색대비와 같은 강렬한 색채이미지를 도입한다. 위에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소재를 분산 배치하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그는 시공을 초월하는 특이한 소재 배치방식, 달과 구름 그리고 산과 같은 대자연의 이미지가 책이나 도자기 과일 등의 실내 정물 소재들이 하나의 공간에 놓이는 구성방식을 강구해 냈다. 배경을 원색으로 처리하는 방식은 전래의 민화와 확연히 구별되는 현대적인 조형적인 해석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다양한 소재들의 형태를 간명한 이미지로 정형화하고 있다. , 해나 , 구름, 산과 폭포, 집은 물론이요, 두텁게 쌓아 놓은 책이나 도자기 따위를 약화 또는 도상의 이미지로 정형화하여 작품에 따라 적재적소에 배치한다. 이렇듯이 소재의 정형화는 현대회화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조형적인 변주를 위한 방법의 하나이다. 정형화된 소재를 작품마다 다르게 배치하는 방식으로 개별적인 형식미를 확립하려는 것이다. 이처럼 정형화된 소재는 실제와는 다른 화려한 발색의 원색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이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이렇듯이 가지 조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 그의 작업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소재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고 있는데도 결코 복잡하거나 혼란스럽게 보이지 않는다. 공간적인 개념이 전혀 다른 소재들이 하나의 화면에서 조화롭고도 통일된 이미지로 귀결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마디로 현대인의 미감을 사로잡는 세련된 조형적인 질서가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형태의 정형화 원색적인 색채이미지, 그리고 단색조로 처리되는 배경은 그의 작업을 개별적인 형식미로 이끌고 가는 조형적인 특징의 하나이다.        

그는 한국적인 전통미술로서 확고한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민화를 통해 보다 넓은 조형의 지평, 가능성을 보게 셈이다. 실제로 그의 작업은 표면적으로는 민화를 연상시키는 바가 적지 않으나, 작품의 전모를 파악하고 나면 현대회화로서의 조형적인 면모를 짙게 풍긴다는 사실을 있다. 다시 말해 그의 작업에 대한 인상은 민화의 현대화 정도로만 인식될 있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기법이나 구성 그리고 내용에서 새로운 조형적인 해석이 적지 않다. 민화와는 다른 조형적인 해석을 통해 독자적인 조형어법을 확립하고 있는 것이다.

민화가 생활화라는 전통적인 가치에 머물러 있다면 그의 작업은 예술적인 가치 본령에 충실함으로써 민화의 지평을 무한히 확장시켰다고 있다. 민화의 형식을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현대회화의 중심에 들어설 있는 것은 회화적인 이념을 강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조형적인 해석을 통해 전통회화의 형식을 벗어나 현대회화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것이다.

간결하면서도 소박한 비정형의 형태미를 특징으로 하는 민화의 형식에다 현대미학을 이입함으로써 현대회화로서 탈바꿈하게 된다. 민화적인 속성을 지녔으면서도 세부적으로는 현대회화로서의 면모로 일신한 것이다. 어쩌면 그의 작품이 새삼 관심의 대상이 있었던 것은 기법 색채조합과 구성을 통해 보다 풍부한 시각적인 이미지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의 작업은 민화의 형식을 취하되 전체적인 구성은 복합적이다. 장수, 복록, 행운 특정의 주제를 내세우는 민화와는 달리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이미지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는 보다 현대회화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다양한 형태 색채를 통해 이루어지는 새로운 형식의 제안이라고 있다. 현대회화의 조형공간은 서로 연관성이 없는 이미지를 조합하는 복합적인 구성을 통해 복잡다단한 현대인의 의식세계를 반영하듯이 또한 이와 같은 현대적인 조형어법을 구사한다. 그가 지향하는 조형세계 궁극은 회화로서 실현할 있는 유토피아적인 세계인 것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과 마주하면 모든 사람이 공감할 있는 유토피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어렵지 않다. 꿈과 사랑과 희망과 낭만 그리고 행복이 함께 하는 유토피아, 무릉도원과 같은 이상적인 세계가 펼쳐지고 있기에 그렇다. 미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강렬한 원색으로 치장한 그의 작업은 시각적인 흡인력이 강하다. 전통 민화보다도 한층 대담하고 솔직하며 강렬한 원색을 구사, 시각적인 쾌감을 불러일으킨다.

단지 작품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시각적인 즐거움과 감정 정신의 해방감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그의 작업은 거기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시간 공간을 탈피하여 하나의 이상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 그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세계는 생물이나 무생물 따로 없이 모든 물상이 서로 화합하고 조화를 이룰 뿐더러 분별과 다툼이 없는 화평의 세상이다. 이는 무위자연을 이상으로 여기는 동양철학에 기반을 인생관 세계관의 발로이다. 점이야말로 그의 작업이 추구하는 회화로서의 보편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최근 작업에서 있는 문방사우가 중심이 되는 형식적인 패턴은 인격의 미를 이상으로 여기는 한국적인 선비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 접근이라고 있다. 고상한 인격미를 최고의 미적 가치로 제시하는 선비문화의 정신을 작품 속에 담아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실제로 책거리가 중심이 되는 최근의 작업은 절제된 구성에 따른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생활화로서 한정돼온 민화의 표현양식이 현대미학과 만나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명쾌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의 삶의 애환을 담고 있는 민화의 형식미를 변용하여 독자적인 조형어법을 확립하고 있다. 민화적인 속성을 따르되 실용성에 갇히지 않고 회화성을 강화함으로써 보다 높은 예술적인 이상을 지향한 결과이다. 다시 말해 열정적이고 솔직한 한국인의 성정이 그대로 반영된 화려한 발색의 원색적인 이미지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유발하는가 하면, 내부에 숨겨진 미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설득력과 흡인력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그는 삼원색을 중심으로 하는 원색적인 색채야말로 한국인의 미적 감수성을 가장 솔직하게 반영하는 상징적인 색채이미지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회화적인 유토피아를 꿈꾸는 화려한 발색의 원색적인 색채이미지가 어디에서 연원하는지 있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한국의 전통문화 동양사상 그리고 한국인의 미적 감수성을 원색적인 색채이미지로 용해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적인 질서 하나를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